
새벽에 잠깐 창을 열었다가, 어제와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끼신 적 있으신지요. 낮에는 여전히 숨이 막히는데 해 뜨기 직전 한 시간만큼은 서늘한, 딱 이맘때의 공기입니다. 올해 처서는 8월 23일입니다. 이름 그대로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지만, 실제로 우리 몸이 가장 고생하는 구간은 오히려 이 무렵부터 시작됩니다. 처서에서 백로까지, 이 어중간한 2주를 어떻게 건너면 좋을지 정리했습니다.
올해 처서는 8월 23일입니다
처서(處暑)는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놓입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더위가 머무르다 물러난다’는 뜻이지요. 옛사람들은 이 무렵을 두고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고 했습니다. 기세를 부리던 것들이 슬슬 물러날 때라는 이야기입니다.
| 입추 | 2026년 8월 7일 | 가을이 시작되는 자리. 이름과 달리 한여름 더위의 한복판입니다 |
| 처서 | 2026년 8월 23일(일) 11시 39분 | 더위가 한풀 꺾이는 자리. 아침저녁 공기가 먼저 바뀝니다 |
| 백로 | 2026년 9월 8일 | 흰 이슬이 맺히는 자리. 일교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집니다 |
절기는 태양의 위치로 정해지기 때문에 해마다 하루 이틀씩 움직입니다. 올해 처서의 절입 시각은 8월 23일 오전 11시 39분입니다.
더위는 절기표를 보지 않습니다
다만 달력이 바뀐다고 더위가 물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돌아갑니다. 처서를 한참 지난 9월 말까지 감시가 이어진다는 것은, 그때까지도 온열질환이 나온다는 뜻이지요.
올여름 숫자도 그렇습니다. 8월 8일 기준으로 온열질환자는 누적 3,089명, 사망자는 26명으로 집계됐습니다(잠정치).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4,459명이 발생해 감시체계 운영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2020년의 1,078명과 견주면 4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그래서 처서를 ‘이제 안심해도 되는 날’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긴장이 풀리는 시기라 방심하기 쉬운 때라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낮 바깥일은 여전히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으로 미루고, 물은 목이 마르기 전에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냉방병은 늦여름에 더 흔합니다
늦여름에 유독 잦아지는 것이 냉방병입니다. 특정한 병명이라기보다, 냉방된 공간에 오래 머물 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는 두통·콧물·재채기·코막힘 같은 감기 비슷한 증상, 피로와 나른함, 관절통, 그리고 소화불량이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을 함께 꼽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칼칼하거나, 이유 없이 어깨가 뭉치고 배가 자주 불편하다면 한 번쯤 냉방 환경을 의심해 볼 만합니다. 관리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 실내 온도 | 대체로 22~26℃ |
| 환기 | 적어도 2~4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 열기 |
| 에어컨 필터 | 최소 2주에 한 번 청소 |
| 가동 방식 | 1시간 가동한 뒤 30분 정도 정지 |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사무실처럼 온도를 내 마음대로 못 정하는 곳에서는 얇은 겉옷 한 장이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찬 바람이 몸에 직접 닿는 자리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꽤 달라집니다.
식중독은 오히려 9월이 고비입니다
의외로 많은 분이 놓치는 대목입니다. 식중독을 한여름의 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을 보면 월별 발생이 가장 많은 달은 9월입니다. 2023년의 경우 9월에만 43건, 환자 1,590명이 발생했고 7~9월 석 달을 합치면 121건으로 그해 전체의 33.7%를 차지했습니다.
이유는 짐작이 갑니다. 한낮 기온은 여전히 높은데 아침저녁이 선선해지니, 음식을 상온에 두는 데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지는 것이지요.
특히 살모넬라를 조심할 때입니다. 식약처가 2016~2020년 5년간을 분석한 결과, 살모넬라 식중독 환자 5,596명 가운데 3,744명(67%)이 8~9월에 몰렸습니다. 원인 식품으로는 계란 등에 의한 경우가 3,506명(63%)으로 가장 많았고, 김밥처럼 계란 지단이 들어간 복합조리식품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습니다.
계란을 만진 손으로 다른 재료를 바로 집지 않는 것, 조리 전후로 손을 씻는 것, 계란을 다룬 도구와 생으로 먹을 재료용 도구를 나누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교차오염의 상당 부분은 막을 수 있습니다. 나들이 도시락이 늘어나는 계절이라 더 그렇습니다.
처서 무렵, 몸에 건네는 작은 것들
이 시기의 관리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밤사이 창을 조금 열어 두었다면 새벽에 이불을 한 겹 덮을 수 있게 발치에 준비해 두는 일, 에어컨 필터를 한 번 꺼내 씻는 일, 냉장고에서 지난주 반찬을 골라내는 일. 이런 것들이 실제로는 가장 효과가 큽니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는 피로가 애매하게 쌓입니다. 더위에 지친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일교차라는 새로운 부담이 얹히기 때문이지요. 평소보다 30분 일찍 눕는 것만으로도 다음 날이 꽤 달라집니다.
📌 핵심 정리
· 2026년 처서는 8월 23일(일) 오전 11시 39분, 백로는 9월 8일입니다
· 온열질환 감시는 9월 30일까지 이어집니다 — 처서는 안심 신호가 아닙니다
· 냉방은 실내 22~26℃, 2~4시간마다 5분 환기, 필터는 2주에 한 번
· 식중독 월별 최다는 9월, 살모넬라 환자의 67%가 8~9월에 발생
· 계란을 만진 손과 도구는 반드시 따로 — 늦여름 도시락의 최대 변수입니다
더위가 물러나는 자리는 늘 조용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선선해지는 것이 아니라, 새벽 공기부터 조금씩 바뀌어 어느새 계절이 넘어가 있지요. 그 미묘한 구간을 잘 건너시길 바랍니다. 올여름도 애쓰셨습니다.
※ 자료: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절기 일시),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2026년 8월 8일 기준 잠정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냉방병),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 발생 현황.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어지럼증, 심한 두통, 구토, 의식 저하 등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전문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