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약속

겨울의 얼음 장막이 서서히 걷히고, 새로운 계절의 기운이 대지를 감싸기 시작합니다. 매서운 추위와 길었던 어둠의 시간을 견디며, 우리는 모두 봄을 기다려왔습니다.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서도, 가을의 쓸쓸함 속에서도, 그리고 혹독한 겨울의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봄을 그리워했습니다.

겨울의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의 해방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몸이 가벼워지는 만큼 마음도 가벼워져, 발걸음에 자연스레 경쾌함이 더해집니다. 거리는 다시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활기를 띠고, 우연한 만남과 스침의 기회가 늘어납니다. 낯선 이의 미소조차 봄기운처럼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꽃들이 피어납니다. 매화,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차례로 대지의 색채를 바꾸어 놓습니다. 세상은 마치 화가의 캔버스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갑니다. 사람들은 꽃길을 걸으며 계절의 선물에 감탄하고, 카메라에 그 순간을 담아둡니다.

봄은 또한 입안에 생동감을 선사합니다. 냉이, 달래, 씀바귀, 쑥과 같은 제철 나물들이 식탁을 채우고, 겨우내 웅크렸던 우리 몸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쌉싸름한 봄나물의 맛은 겨울을 이겨낸 우리에게 주는 자연의 보상과도 같습니다.

이제 차가운 대지를 뚫고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생명의 움직임에서 우리는 희망을 봅니다.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인내의 시간을 견딘 후에 찾아오는 자연의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맞이하는 우리의 기쁨은 새싹처럼 순수하고,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겨울이 남긴 상처를 따스함으로 감싸주는 봄. 그 너그러운 품 안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삶의 경이로움을 깨닫습니다. 봄이 오면, 세상은 다시 시작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