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의 달력은 빨간 날이 많아 늘 분주합니다. 어린이날에서 시작해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지나면 어느덧 달의 끝이 가까워지지요. 그 끝자락에 조용히 자리한 날이 하나 있습니다. 5월 21일, 부부의 날입니다. 가정의 달이 우리에게 남기는 마지막 기념일이자, 어쩌면 가장 늦게야 알아채는 날이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이 남기는 마지막 기념일
부부의 날은 생각보다 젊은 기념일입니다. 민간단체가 1995년부터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으로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기념해 오다가, 2007년에야 법정기념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린이와 부모와 스승에게 자기 자리를 내준 5월에, 가장 가까이 있어 가장 잊기 쉬운 두 사람의 날을 따로 마련해 둔 셈입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 안에는 사실 여러 관계가 겹쳐 있습니다. 5월 5일에는 아이가, 8일에는 부모가, 15일에는 스승이, 그리고 21일에는 부부가 있습니다. 그 순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묘한 데가 있지요. 일상에서 가장 자주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자리가 가장 끝에 놓여 있습니다.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자꾸 뒷줄로 밀리는 사람—어쩌면 부부란 그렇게 정의되는 사이인지도 모릅니다.
‘둘이 하나’라는 말의 무게
‘둘이 하나가 된다’는 말은 결혼식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문장이지만, 막상 두 사람이 함께 살아 보면 가장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둘은 정말로 하나가 되지 않습니다. 각자의 습관, 잠드는 시간, 좋아하는 음식, 슬픔을 다루는 방식—그 모든 것이 두 사람의 것이지, 한 사람의 것으로 합쳐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둘이 하나’라고 부르는 이유는, 합쳐졌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 동안, 둘 사이에는 한 사람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길이 생깁니다. 그 길의 두께가 부부라는 단어의 진짜 무게일지 모릅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의 시간이 흔히 그렇습니다. 매일 마주 앉아 먹는 평범한 저녁, 아무 말 없이 함께 본 한 편의 드라마, 비 오는 날 우산을 같이 쓰고 걸은 짧은 거리—그 자잘한 순간들이 한 줄로 이어져 가장 먼 길을 만듭니다.
오래 함께한 부부의 얼굴이 어딘가 닮아 보이는 건 단순한 착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시간을 견디고, 같은 농담에 웃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어찌 닮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닮음은 외모보다 표정에서, 표정보다 침묵에서 더 짙게 드러납니다. 말이 줄어드는 자리에 이해가 들어차고, 그 이해가 두 얼굴을 닮게 만듭니다.
5월이 떠나기 전에
부부의 날이라고 거창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기념은 평소처럼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나누는 일일 겁니다. 다만 그 한 잔의 시간 동안, “함께해 줘서 고맙다”는 짧은 말 한마디만 더해 보는 것—그것만으로도 둘 사이의 길은 조금 더 깊어집니다.
5월이 떠나기 전, 가까이 있어 자주 잊고 살았던 한 사람을 다시 돌아보는 하루였으면 합니다. 어버이날의 카네이션도, 스승의 날의 편지도 좋지만, 5월의 마지막 기념일이 권하는 것은 가장 단순합니다. 옆 사람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는 것. 그 부름 안에 함께 걸어온 모든 길이 잠시 빛납니다.
※ 부부의 날은 1995년 민간 행사로 시작해 2007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법정기념일이 됐습니다.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5월 21일이 지정되었습니다.